영국인다운 태도로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요점만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하루 24시간 이야기로 무슨 말을 하려는 겁니까? 나는 24시간으로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도 신문 경품에 응모할 시간까지 남습니다. 하루가 24시간뿐이라는 걸 알면 거기에 만족하면 되지 않습니까? 간단한 일 같은데요.”
선생, 사과드리겠다. 내가 약 40년 동안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당신이다.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 테니 이름과 주소, 상담료를 보내주시겠는가? 내가 당신에게 말할 게 아니라 당신이 내게 말해야 한다. 어서 나서주시라.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는 믿는다.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은 내 손해다. 당신이 나타날 때까지는 나와 같은 곤경에 놓인 동료들과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세월이 자꾸만, 자꾸만 흘러가는데도 삶을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에 크든 작든 시달리는 무수한 사람들 말이다.
그 느낌을 들여다보면 불안과 기대, 앞날을 바라보는 마음과 열망이 뒤섞여 있다. 즐거운 잔치마다 해골처럼 따라붙어 끊임없이 불편하게 한다. 극장에서 우리는 웃는다. 막 사이가 되면 그 해골이 앙상한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막차를 잡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달린다. 간신히 승강장에 도착해서, 영원처럼 긴 시간 동안 열차를 기다리며 열을 식힌다. 그때 해골이 뼈를 달각거리며 옆을 오가더니 묻는다.
“사람아, 네 젊음을 어디에 썼느냐? 나이가 든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계속 앞을 바라보고 열망하는 마음이 삶의 일부이며 삶과 떼어낼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맞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이 메카에 가고 싶어 한다고 해보자. 양심도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여행사의 도움을 받든 혼자 힘으로든 길을 떠난다. 메카에 닿지 못할 수도 있다. 포트사이드에 이르기 전에 물에 빠지거나 홍해 연안에서 이름 없이 죽을 수도 있다. 열망이 영원히 좌절될 수도 있다.
이루지 못한 소망은 그를 계속 괴롭힐 것이다. 그래도 메카에 가고 싶다는 열망에 시달리면서 브릭스턴을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은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고통받지는 않는다.
브릭스턴을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우리 대부분은 브릭스턴을 떠나지 않았다. 러드게이트 서커스까지 마차를 타고 가서 여행사에 단체 여행 가격을 묻는 일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루가 24시간뿐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자신에게 변명한다.
막연하고 불편한 열망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그 뿌리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하고도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글로 쓰인 규범과 쓰이지 않은 규범은 우리에게 여러 의무를 지운다. 자신과 가족이 있다면 가족까지 건강하고 편안하게 부양해야 한다. 빚을 갚고 저축하며, 능률을 높여 형편도 나아지게 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렵다.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드물고 때로는 우리 능력 밖에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어쩌다 성공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해골은 여전히 곁에 있다.
그 의무조차 능력 밖이며 우리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때도 마찬가지다. 이미 과부하가 걸린 힘에 할 일을 하나 더 준다면 오히려 불만이 줄어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그렇다. 진화의 어느 단계를 넘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해진 일과 밖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어 한다.
그 소망을 채우려고 노력하기 전까지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무언가를 불안하게 기다리는 느낌이 마음의 평화를 계속 흔든다. 사람들은 이 소망을 여러 이름으로 불렀다. 보편적인 지식욕이 드러나는 한 방식이라고 해도 된다.
그 힘은 아주 강하다. 평생 체계적으로 지식을 쌓아 온 사람조차 정해진 연구 범위를 넘어 또 다른 지식을 찾게 만든다. 내가 보기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신을 지녔던 허버트 스펜서도 이 욕구에 이끌려 즐거운 곁길로 자주 빠졌다.
삶을 더 살고 싶다는 욕구를 자각한 사람, 다시 말해 지적 호기심을 품은 사람 대다수는 일과를 넘어서려는 열망을 독서로 풀려 할 것이다. 체계적인 독서를 시작하고 싶어 한다. 영국인이 갈수록 문학을 가까이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학이 지식의 전부는 아니다. 자신을 기르고 아는 것을 늘리고 싶다는 갈증은 문학과 상관없는 곳에서도 충분히 풀 수 있다. 여러 방법은 뒤에서 다루겠다. 여기서는 문학에 별다른 애정이 없는 사람에게 우물이 하나뿐은 아니라고 알려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2026년 스타트업에서 읽기
생업만으로 하루가 끝나면 하고 싶던 공부와 관계, 창작은 늘 뒤로 밀린다. 거창한 두 번째 인생보다 매주 지킬 수 있는 작은 시간을 먼저 확보하자.
‘브릭스턴을 떠나는 일’은 완주 계획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첫 움직임을 만드는 일이다. 읽을 책을 고르는 데 한 달을 쓰기보다 오늘 열 쪽을 읽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