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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ATIONS 009 · 03

1장 매일 다시 주어지는 기적

“그래, 그 사람은 살림을 꾸릴 줄 모르는 부류야. 직장도 좋고 수입도 꼬박꼬박 들어오지. 필요한 것뿐 아니라 사치도 조금 누릴 만큼 충분히 벌어. 딱히 낭비가 심한 것도 아닌데 늘 돈에 쪼들려. 어쩐 일인지 수입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니까.

좋은 아파트는 반쯤 비어 있고, 언제나 압류라도 당한 집 같아. 새 양복에는 낡은 모자를 쓰고, 멋진 넥타이 아래 바지는 헐렁하지.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가보면 크리스털 잔에 질긴 양고기가 나오거나, 금이 간 잔에 튀르키예식 커피가 나와. 본인은 이유를 몰라. 그냥 돈을 여기저기 흘려버리는 거야. 내가 그 수입의 절반만 벌어도 어떻게 사는지 보여줄 텐데….”

우리 대부분은 한 번쯤 이런 우월한 말투로 남을 평가해 봤다.

요즘은 거의 모두가 재무장관을 자처한다. 신문에는 얼마의 돈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알려주는 기사가 가득하고, 독자의 관심을 증명하듯 격렬한 투고가 뒤따른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는 여성이 시골에서 연 85파운드로 품위 있게 살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나는 ‘일주일에 8실링으로 사는 법’이라는 글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하루 24시간으로 사는 법’이라는 글은 본 적이 없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시간의 가치를 너무 낮춰 잡았다. 시간은 돈보다 훨씬 중요하다. 시간이 있으면 대개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칼턴 호텔의 물품 보관원이 맡아 둔 재산만큼 돈이 많아도, 나나 난롯가의 고양이보다 단 1분도 더 살 수는 없다.

철학자들은 공간을 설명했다. 시간은 설명하지 못했다. 시간은 만물의 설명할 수 없는 원료다. 시간이 있으면 모든 일이 가능하고, 없으면 아무 일도 가능하지 않다.

시간이 매일 새로 공급된다는 사실은 진짜 기적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당신의 지갑은 삶이라는 우주를 이루는 가공되지 않은 천 24시간분으로 마법처럼 채워진다. 전부 당신 것이다. 무엇보다 귀한 재산이다. 물건 자체도 특이하지만 그것이 주어지는 방식은 더 기묘하다.

큰 머리와 둥근 안경을 강조해 그린 아널드 베넷의 1913년 잉크 캐리커처
올리버 허퍼드가 1913년에 그린 베넷. 책의 단호한 조언 사이에는 독자를 살짝 놀리는 유머가 끼어 있다.Oliver Herford, 1913 · Library of Congress · No known restrictions on publication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 훔칠 수도 없다. 누구도 당신보다 더 받거나 덜 받지 않는다.

이보다 이상적인 민주주의가 있을까. 시간의 나라에는 부의 귀족도 지성의 귀족도 없다. 천재라고 하루 한 시간을 더 받는 법이 없다. 벌도 없다. 아무리 귀한 시간을 제멋대로 낭비해도 다음 날의 공급은 끊기지 않는다.

어떤 신비로운 권력이 나타나 “이 사람은 악당이 아니면 바보다. 시간을 받을 자격이 없으니 계량기를 끊어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국채보다 더 확실하게 들어오고, 일요일이라고 지급이 멈추지도 않는다.

미래분을 당겨 쓸 수도 없다. 빚을 질 수가 없다. 낭비할 수 있는 것은 지나가는 지금뿐이다. 내일은 낭비할 수 없다. 아직 당신 몫으로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다음 한 시간도 낭비할 수 없다. 역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기적이라고 부를 만하지 않은가?

우리는 매일 받는 24시간으로 살아야 한다. 그 안에서 건강과 즐거움, 돈, 만족, 존경을 얻고 정신도 길러야 한다. 이 시간을 올바르게, 가장 알차게 쓰는 일보다 더 급하고 생생한 문제는 없다. 모든 것이 여기에 달렸다. 벗들이여, 모두가 붙잡으려 애쓰는 그 잡히지 않는 상, 행복도 여기에 달렸다.

시대에 앞서고 기민하다는 신문이 ‘정해진 돈으로 사는 법’ 대신 ‘정해진 시간 수입으로 사는 법’을 싣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돈은 시간보다 훨씬 흔하다. 생각해 보면 돈은 세상에서 가장 흔한 물건에 가깝다. 땅 위에 거대한 더미로 쌓여 있다.

일정한 수입으로 살 수 없다면 돈을 조금 더 벌면 된다. 훔치거나 광고를 내서 구할 수도 있다. 연 1천 파운드로 살림을 맞추지 못한다고 반드시 인생 전체가 엉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힘을 내 기니화를 더 벌고 예산을 맞추면 된다.

하지만 하루 24시간이라는 수입으로 마땅한 지출을 전부 감당하지 못한다면 삶은 분명 엉킨다. 시간은 눈부시게 규칙적으로 공급되지만 잔인할 만큼 양이 한정돼 있다.

우리 가운데 누가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사는가? 여기서 산다는 말은 그저 존재하거나 어떻게든 버틴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가운데 누가 하루의 ‘큰 지출 항목’을 마땅히 다루고 있다는 확신을 지니는가. 훌륭한 양복 위에 부끄러운 모자를 얹어 쓴 꼴은 아니라고, 그릇을 챙기느라 음식의 질을 잊은 것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리 가운데 평생 이런 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또 누군가.

“시간이 조금만 더 생기면 고쳐야지.”

시간은 더 생기지 않는다. 지금 가진 시간이 전부이며, 처음부터 언제나 그랬다. 이 깊고도 외면받은 진실(물론 내가 처음 발견한 진실은 아니다)을 깨닫고서, 나는 하루의 시간 지출을 아주 세밀하고 실용적으로 살펴보게 됐다.


2026년 스타트업에서 읽기

시간을 돈처럼 다루라는 말의 핵심은 생산성을 끝없이 높이라는 뜻이 아니다. 어디에 썼는지 보이지 않는 자원을 의식적으로 배분하라는 뜻이다. 한 주의 실제 사용 기록부터 보자.

일과 회복, 관계와 배움 가운데 어떤 항목이 늘 예산 밖으로 밀리는가. 부족한 의지를 탓하기 전에 일정과 노동 조건이 애초에 감당 가능한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