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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ATIONS 019 · 01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은 말을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매뉴얼이 아니다. 더 정확히는, 그런 매뉴얼인 척하면서 인간이 왜 진실보다 승리를 원하는지를 폭로하는 미완성 원고다.

쇼펜하우어는 1830년 무렵 논쟁에서 자주 쓰이는 술수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작업을 완성하거나 출간하지 않았다. 사후인 1864년에 독일어 원고가 처음 공개됐고, T. 베일리 손더스가 이를 영어로 옮긴 《The Art of Controversy》가 1896년 런던에서 출간됐다. 이 판본은 그 영어 번역을 대본으로 삼았다.

The Art of Controversy, Arthur Schopenhauer, T. Bailey Saunders라고 인쇄된 1896년 영어판 표제면
T. 베일리 손더스가 번역한 1896년 영어판 표제면. 이 판본에는 쇼펜하우어의 다른 유고 논문도 함께 실렸다.Swan Sonnenschein & Co. · 1896 · University of Toronto / Internet Archive · Public domain

왜 지금 이 책인가

회의에는 논리만 들어오지 않는다. 직급, 마감, 투자금, 이미 선언한 목표, 공개적으로 한 약속, 슬랙 채널의 청중도 함께 들어온다. 누군가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보다 그가 틀린 사람으로 보이는 일이 더 중요해지면, 팀은 문제를 푸는 대신 체면을 배분하기 시작한다.

쇼펜하우어가 붙잡은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상대의 주장을 과장하고, 같은 단어의 뜻을 바꾸고, 질문의 순서를 숨기고, 청중을 웃기고, 권위의 이름을 빌리고, 끝내 사람을 공격한다. 19세기의 사례지만 오늘의 회의·영업·정치 토론·소셜미디어에서도 낯설지 않다.

사용설명서가 아니라 탐지표

원문은 여러 술책을 실제 사용법처럼 명령형으로 설명한다. 그 어조를 감추지 않았다. 그래야 속임수가 작동하는 모양을 정확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장 끝의 스타트업 적용 노트 — 2026은 사용보다 탐지와 방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을 읽으며 “다음 회의에서 써먹어야지”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지금 반박한 것이 원래 주장인가, 과장해 만든 다른 주장인가.
  • 사실이 아니라 말의 정의나 청중의 감정이 결론을 대신하고 있지 않은가.
  • 상대의 모순을 찾은 것과 사안의 진실을 밝힌 것을 혼동하지 않았는가.
  • 근거가 무너졌을 뿐인데 주장 전체가 무너졌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 입장을 바꾸는 사람에게 체면을 되찾을 통로가 있는가.

원문은 장 구분이 없는 논고와 38개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모바일 독서를 위해 서론 세 부와 기술 아홉 부로 나눴지만 순서를 바꾸거나 기술을 빼지 않았다. 원문에 잘못 인쇄된 11번 항목의 로마숫자 XL11로 바로잡고 본문에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