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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ATIONS 019 · 05

4부 기술 1–4: 범위를 늘리고 말을 뒤섞어라

기술 1. 상대의 주장을 확장하라

상대의 명제를 본래 한계 너머까지 끌고 간다. 뜻을 가능한 한 일반화하고 범위를 최대한 넓혀 과장한다. 반대로 자기 명제는 가능한 한 제한된 뜻과 좁은 범위로 제시한다. 명제가 일반적일수록 받을 수 있는 반박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방어하려면 쟁점이나 핵심 질문을 정확히 다시 진술해야 한다.

예시 1

내가 영국인이 연극 분야에서 최고라고 주장했다고 하자. 상대는 반례를 댄다며 영국인이 음악, 따라서 오페라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답했다. 나는 음악이 연극 예술에 포함되지 않으며, 연극 예술은 비극과 희극만 가리킨다고 지적해 공격을 막았다.

상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 명제를 모든 무대 공연으로 일반화하고, 거기에 오페라와 음악까지 포함시켜 반드시 반박할 수 있게 만들려 했다. 반대로 처음 표현에 여지가 있다면 자기 명제를 처음 의도보다 좁게 줄여 구할 수도 있다.

예시 2

A가 1814년의 강화조약으로 한자동맹의 모든 독일 도시가 독립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B는 단치히가 나폴레옹에게서 얻은 독립을 그 조약 때문에 잃었다고 반박한다. A는 “나는 ‘모든 독일 도시’라고 했다. 단치히는 폴란드에 있었다”라고 빠져나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토피카》 제8권 11장과 12장에서 이 술책을 언급했다.

예시 3

라마르크는 《동물철학》 제1권 208쪽에서 폴립에게 신경이 없으므로 감각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폴립에게 일종의 지각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빛을 향해 가지에서 가지로 기묘하게 이동하고, 먹잇감을 붙잡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립의 신경계가 온몸에 고르게 퍼져 몸과 섞여 있는 것 아니냐는 가설이 나왔다. 별도의 감각기관 없이도 지각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뚜렷해 보인다.

이 가설은 라마르크의 입장을 반박한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논한다. “그렇다면 폴립의 모든 신체 부위가 모든 종류의 감각뿐 아니라 운동, 의지, 생각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몸의 모든 지점에 가장 완전한 동물의 기관이 들어 있어, 어느 지점이든 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듣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추론해야 한다. 몸의 입자 하나하나가 완전한 동물이라면 인간이 몸 전체로만 지닌 능력을 각 부분이 모두 지녔으므로 인간보다 우월할 것이다. 이 주장을 가장 불완전한 생물인 모든 단세포 생물, 나아가 살아 있는 식물에까지 적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이런 변증적 술책을 쓰는 저자는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속으로 알고 있음을 드러낸다. 폴립의 온몸이 빛에 민감하고 따라서 신경 작용을 한다고 했을 뿐인데, 그는 온몸이 생각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부풀렸다.

기술 2. 같은 단어의 다른 뜻을 바꿔 끼워라

논점과는 단어만 같을 뿐 실제로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대상으로 명제를 확장한다. 그 대상을 의기양양하게 반박하고, 원래 주장까지 반박했다고 공을 차지한다.

같은 개념을 가리키는 서로 다른 단어가 동의어라면, 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개념을 가리키는 것은 동음이의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 제1권 13장을 보라. ‘깊다’, ‘날카롭다’, ‘높다’는 물체에 쓰일 때와 소리에 쓰일 때 뜻이 다르므로 동음이의적이다. ‘명예롭다’와 ‘정직하다’는 여기서 동의어의 예다.

이 술책은 동음이의의 오류와 거의 같다.

모든 불빛은 끌 수 있다.
지성은 하나의 빛이다.
그러므로 지성도 끌 수 있다.

여기서는 ‘빛’이 실제 빛과 비유적 빛이라는 두 뜻으로 쓰였으므로 삼단논법에 네 개의 항이 생긴 것이 금방 보인다. 하지만 같은 단어가 가리키는 개념들이 서로 가깝고 쉽게 뒤바뀔 때는 교묘한 오류가 사람을 속인다. 일부러 지어낸 사례는 대개 속임수가 눈에 띄므로, 실제 경험에서 사례를 모을 필요가 있다.

각 술책에 짧고 꼭 맞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누가 특정 술책을 쓰는 순간 그 이름을 말해 곧바로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시 1

A: “당신은 아직 칸트 철학의 심오한 비의에 입문하지 못했군요.”
B: “비밀 종교 같은 걸 말하는 거라면 나는 사양하겠소.”

원문의 ‘mysteries’가 ‘심오한 이치’와 ‘비밀 의식’이라는 두 뜻으로 바뀐다.

예시 2

나는 명예라는 말에 담긴 한 원칙을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그 원칙에 따르면 사람은 모욕을 받는 것만으로 명예를 잃으며, 상대를 더 크게 모욕하거나 상대 또는 자기 피를 흘려야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 나는 사람이 당한 일이 아니라 한 행동만이 참된 명예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는 상인이 사기나 부정직, 업무 태만이라는 거짓 고발을 받으면 명예를 공격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경우 상인의 명예는 그가 한 일이 아니라 당한 일로 훼손되고, 공격자를 처벌하고 말을 철회시켜야만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비방으로 훼손될 수 있는 시민적 명예, 곧 평판을 결투의 명분이 되는 기사적 명예와 바꿔 끼웠다. 시민적 평판에 대한 공격은 공개적인 반증으로 막아야 한다. 그렇다고 기사적 명예에 대한 모욕도 더 큰 모욕과 결투로 갚아야 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명예’라는 한 단어로 본질이 다른 두 가지를 뒤섞어 쟁점을 바꾼 것이다.

기술 3. 상대적 주장을 절대적 주장으로 만들어라

특정 사안에 한정해 상대적으로 제시된 명제를 일반적이고 절대적인 명제처럼 받아들이거나, 전혀 다른 뜻으로 바꾼 뒤 반박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예는 이렇다.

무어인은 검다. 하지만 이는 희다. 그러므로 그는 같은 순간 검고 검지 않다.

누구도 속지 않을 뻔한 궤변이다. 실제 경험에서 가져온 사례와 비교해보자.

철학을 이야기하던 중 나는 내 철학 체계가 정적주의자들을 지지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인정했다. 얼마 뒤 대화가 헤겔로 넘어갔고, 나는 헤겔의 글 대부분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저자가 단어만 써놓고 독자가 뜻을 찾아내게 한 대목이 많다고 했다.

상대는 이 주장 자체를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조금 전 정적주의자들을 칭찬했으며, 그들도 무의미한 글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적주의자들을 철학자나 저술가로서, 즉 이론적 성취 때문에 칭찬한 것이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사람으로서 실천적 행동을 칭찬한 것이었다. 헤겔에 관해서는 이론을 논하고 있었다. 이렇게 공격을 막았다.

첫 세 기술은 서로 닮았다. 상대가 실제로 주장한 것과 다른 대상을 공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당한다면 논점 일탈의 오류를 허용하는 셈이다.

지금까지의 예에서 상대가 한 말 자체는 참이다. 그러나 우리 명제와 실제로 모순되지 않고 겉으로만 모순된다. 공격받은 사람은 “당신의 말이 참이므로 내 말은 거짓”이라는 결론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 된다. 귀결을 부정함으로써 상대의 반박을 바로 반박하는 것이다.

예상되는 결론이 싫어서 참인 전제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술책도 있다. 다음 기술들은 이를 뚫는 방법이다.

기술 4. 결론을 미리 보여주지 마라

어떤 결론을 끌어내고 싶다면 상대가 그것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필요한 전제를 대화 여기저기에 섞어 하나씩 눈에 띄지 않게 인정받아라. 결론이 보이면 상대가 온갖 잔꾀로 전제를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전제를 인정할지 의심스럽다면 그 전제를 뒷받침하는 더 앞선 전제부터 내놓아야 한다. 여러 개의 예비 삼단논법을 만들고, 그 전제를 일정한 순서 없이 인정받는다. 필요한 동의를 모두 얻을 때까지 의도를 감춘 채 우회해 목표에 이르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토피카》 제8권 1장에서 제시한 규칙이다. 별도의 예시는 필요하지 않다.

스타트업 적용 노트 — 2026

이 네 기술의 공통점은 쟁점을 조용히 바꾸는 데 있다. “원격근무를 주 2일 시험하자”가 어느새 “사무실을 없애자”로, “이 지표는 이번 실험에서 유효하지 않다”가 “데이터를 믿지 말자”로 바뀐다.

방어는 단순하다. 원래 문장을 화면에 고정하고 범위·기간·대상을 표시하라. 단어의 뜻이 달라졌다면 새 정의를 적어라. 회의 끝에 반박의 대상이 처음 명제와 같은지 확인하라. 기술 4처럼 의도를 숨겨 동의를 모으는 방식은 협상에서는 영리해 보일 수 있지만, 팀 안에서는 동의의 맥락을 지워 신뢰를 소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