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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ATIONS 019 · 14

읽고 나서 — 논쟁을 이기는 것과 결정을 잘하는 것

38가지 기술을 다 읽고 나면 이상한 불편함이 남는다. 우리가 싫어하는 상대의 얼굴만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범위를 넓히고, 유리한 이름을 붙이고, 불리한 질문을 일반론으로 돌리고, 청중이 웃을 만한 한마디로 복잡한 설명을 꺾는 일은 누구나 해본 적이 있다.

쇼펜하우어의 가장 날카로운 통찰은 궤변이 특별히 사악한 사람의 도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왔고, 그 말을 다른 사람이 들었고, 이제 철회하면 지는 것처럼 보일 때 평범한 사람이 궤변가가 된다.

진실과 승리를 분리하는 장치

좋은 토론 규칙은 예의 바르게 말하자는 선언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첫째,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질문을 고정한다. 한 문장으로 쓸 수 없는 질문은 아직 토론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둘째, 주장마다 범위와 반증 조건을 붙인다. “전환율이 오른다”가 아니라 어떤 사용자에게, 어느 기간에, 무엇과 비교해 얼마나 오르면 성공인지 쓴다. 기술 1의 확장과 기술 23의 과장은 경계가 적혀 있을 때 힘을 잃는다.

셋째, 사람의 이름 대신 가설의 번호를 쓴다. ‘민지의 주장’이 ‘가설 B’가 되는 것만으로 입장을 바꾸는 비용이 줄어든다.

넷째, 근거와 결론을 따로 기록한다. 한 근거가 틀렸다고 결론까지 자동으로 폐기하지 않고, 결론에 맞는 다른 근거가 있는지 살핀다. 기술 37을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다섯째, 미결 쟁점을 주차한다. 새 문제가 나왔다고 원래 질문을 버리지 않는다. 관련 있다면 다음 순서로 다루고, 관련 없다면 별도 회의로 보낸다.

이기는 사람보다 업데이트하는 조직

논쟁의 진짜 비용은 회의 시간만이 아니다. 가장 똑똑하게 반격한 사람이 보상받으면 사람들은 불완전한 생각을 일찍 공유하지 않는다. 틀릴 가능성이 있는 실험을 숨기고, 데이터가 나온 뒤에도 최초 입장을 방어한다. 조직은 겉으로 영리해지고 실제로는 학습 능력을 잃는다.

반대로 “이 증거 때문에 생각을 바꿨다”는 문장을 좋은 판단의 증거로 인정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반대 의견을 낸 사람과 그것을 받아들인 사람이 같은 성과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논쟁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경기가 아니라 공동으로 오류를 줄이는 과정이 된다.

쇼펜하우어는 백 명 가운데 논쟁할 가치가 있는 사람은 한 명도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냉소했다. 조직은 그 한 명을 찾는 대신, 평범한 사람도 진실에 양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기록, 명확한 범위, 반증 조건, 체면을 잃지 않는 철회 절차가 그 조건이다.

논쟁을 이기는 기술을 다 배운 뒤 남는 가장 좋은 기술은 어쩌면 이것이다. 이길 필요가 없는 토론을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