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15. 함정용 명제를 내놓아라
역설적인 주장을 내놓았는데 증명하기 어렵다고 하자. 참이지만 참인지 한눈에 알기 어려운 명제 하나를, 마치 그것으로 증명하려는 듯 상대에게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물어라.
상대가 함정을 의심해 거부하면 그 명제가 참임을 보여주고 상대의 터무니없음을 승리로 삼는다. 받아들이면 당장은 이성이 우리 편에 선 셈이므로 다음 수를 찾는다. 또는 기술 14까지 사용해, 상대가 받아들인 명제로 우리의 역설이 증명되었다고 우길 수 있다. 극도의 뻔뻔함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고,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기술 16. 사람과 그의 과거를 공격하라
사람에 대한 논증이나 그가 인정한 것에서 출발하는 논증을 이용한다.[^1] 상대가 명제를 내놓으면, 그 말이 그가 예전에 했거나 인정한 다른 말과 모순되지 않는지 찾는다. 실제 모순이 아니라 겉보기 모순이어도 된다.
상대가 칭찬한 학파나 집단의 원칙, 그 집단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행동, 지지하는 척하는 사람들의 행동, 심지어 상대 자신의 행동이나 하지 않은 행동과 모순되는지도 찾는다.
가령 상대가 자살을 옹호하면 “그런데 왜 당신은 목을 매지 않습니까?”라고 외친다. 베를린은 살기 불쾌한 곳이라고 주장하면 “그럼 왜 첫 기차를 타고 떠나지 않습니까?”라고 말한다. 이런 허튼 공격거리는 언제나 찾을 수 있다.
[^1]: 증명의 토대가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타당하다면 진리에 따른 증명이며 그 자체로 효력이 있다. 반면 논쟁 상대가 편견으로 고수하거나 성급히 인정한 명제를 토대로 삼으면 그 사람에게만 유효한 증명이다. 칸트 추종자에게 칸트의 말을 근거로 들거나, 이슬람교도에게 코란의 구절을 근거로 드는 경우다. 상대의 동의를 얻을 수는 있지만 보편적 진리를 세운 것은 아니다.
기술 17. 뒤늦게 미묘한 구분을 만들어라
상대가 반증을 내세워 우리를 몰아붙일 때, 사안에 두 가지 적용 방식이나 모호한 뜻이 있다면 전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미묘한 구분을 새로 만들어 빠져나갈 수 있다.
기술 18. 패배할 논증을 중간에 끊어라
상대가 지금 밟고 있는 논증의 끝에 우리의 패배가 기다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결론까지 가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제때 말을 끊고, 논쟁 자체를 중단하거나, 다른 주제로 이끌어라. 한마디로 논쟁의 대상을 바꾸는 것이다. 기술 29에서 다시 다룬다.
기술 19. 구체적인 질문을 일반론으로 돌려라
상대가 자기 논증의 특정 지점에 반론을 내놓으라고 분명히 요구했는데 할 말이 별로 없다면, 문제를 일반론으로 바꾸고 그 일반론을 비판하라.
특정한 물리학 가설을 왜 받아들일 수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인간 지식은 오류를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 예를 여럿 늘어놓으면 된다.
스타트업 적용 노트 — 2026
“그 정책이 좋다면 왜 당신부터 당장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정책의 타당성과 제안자의 행동을 섞는다. 위선을 드러낼 수는 있어도 정책 자체를 반박하지는 못한다.
구체적인 숫자나 가설을 물었는데 갑자기 ‘시장에는 늘 불확실성이 있다’는 일반론이 나오면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라. 지금 답해야 할 한 문장을 회의록 상단에 두는 것만으로 기술 18과 19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새 구분이 등장하면 사전에 있던 기준인지, 반박 뒤에 급조한 탈출구인지 확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