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가 말하는 ‘거짓말’은 사실을 속이는 행위가 아니다. 현실에 없던 형식을 발명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것을 이야기하는 상상력이다.
《거짓말의 쇠퇴》는 1889년 1월 영국 잡지 《The Nineteenth Century》에 처음 실렸고, 와일드가 고쳐 쓴 판본이 1891년 평론집 《Intentions》에 수록됐다. 시골 저택의 서재와 테라스를 오가며 시릴과 비비언이 대화하는 형식이다. 비비언은 자신이 쓰고 있는 논문을 읽으며 사실주의를 공격하고 네 가지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왜 AI 시대에 이 글인가
생성형 AI는 그럴듯한 평균을 만드는 데 능숙하다. 이미 존재하는 문장, 이미지, 화면의 특징을 빠르게 모아 익숙한 결과를 돌려준다. 그래서 만드는 비용은 내려갔지만, 어디서 본 듯한 결과도 함께 늘었다.
와일드는 바로 이 익숙함을 공격한다. 예술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전에 없던 유형을 먼저 만들고, 삶이 뒤늦게 그것을 따라온다고 말한다. 런던의 안개조차 화가들이 아름답게 그린 뒤에야 사람들이 ‘보게’ 되었다는 그의 과장은, 우리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배운 형식을 통해 본다는 점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두 종류의 거짓말을 구분할 것
이 책을 허위 정보의 변호로 읽어서는 안 된다. 검증할 수 있는 사실을 꾸미거나 출처를 지어내는 일, 제품 성능을 부풀리거나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은 예술적 상상력이 아니다. 와일드의 ‘거짓말’은 자신이 허구임을 숨기지 않는 창조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지울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사실에 책임을 지면서도 사실의 복사본에 머물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와일드의 문장에는 19세기 영국 상류층 남성의 계급주의와 오리엔탈리즘도 남아 있다. 가난한 사람의 주거를 미적 실패로 조롱하고, 실제 일본인을 유럽 화가가 만든 양식보다 열등한 존재로 다룬다. 이 판본은 그런 대목을 삭제하지 않되, 본문과 판본 해설에서 그 한계를 짚었다.
이 판본의 구조
원문은 한 편의 긴 대화다. 모바일 독서를 위해 논지의 전환점에 따라 여덟 부로 나눴다. 대화와 인용문의 순서는 바꾸지 않았고, 각 부 끝에 2026년의 제품·브랜드·AI 창작 환경에서 다시 묻는 편집부 노트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