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전은 새롭게 발견한 현상의 측면을 가리키는 전문어를 새로 만들어 내면서 이루어진다. 이전 개념의 칸막이에 넣으려면 억지로 구겨야 했던 현상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어휘는 점점 더 방대해진다. 통각에 쓸 아이디어의 재고가 계속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새것을 받아들이면 옛 개념도 달라진다
새것과 옛것이 점차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는 새것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특정한 옛것에 의해 수정되고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통각 덩어리, 곧 옛것 자체도 자기가 동화한 새로운 것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독일에서 흔히 드는 사례를 보자. 네모난 탁자만 있는 집에서 자란 아이에게 ‘탁자’란 네모난 모서리가 본질인 물건이다.
그런데 아이가 둥근 탁자가 있는 집에 가서도 그것을 탁자라고 부르면, ‘탁자’라는 통각 개념은 즉시 더 넓은 내적 내용을 갖는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개념은 한때 본질이라고 여겼던 특성을 계속 버리고, 한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겼던 특성을 포함한다. ‘짐승’이라는 개념을 돌고래와 고래까지 넓히고, ‘유기체’라는 개념을 사회에까지 넓힌 일이 익숙한 사례다.
이름은 문제를 다루는 도구다
우리의 개념이 적절하든 부적절하든, 그 재고가 많든 적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앞서 말했듯 교육받은 사람이 행동하려는 조직된 성향의 묶음이라면, 모든 경우에 그 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실제로 닥친 상황에 어떤 이름을 붙이고 어느 부류로 분류할지에 대한 그 사람의 개념이다.
아이디어의 재고가 적절할수록 사람은 더 ‘유능’하며, 행동도 더 한결같이 상황에 맞을 가능성이 크다.
뒤에서 의지를 다룰 때 보겠지만, 모든 결정에 반드시 앞서는 일은 행동의 여러 선택지를 분류할 올바른 이름을 찾는 것이다. 가진 이름이 적은 사람은 그만큼 숙고할 능력도 부족하다.
각각 하나의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이름은 문제를 다루고 딜레마를 푸는 우리의 도구다.
평생 새 분류를 얻는 사람
이 사실을 생각할 때 우리는 중요한 한 가지를 너무 쉽게 잊는다. 대다수 사람은 이름과 개념의 재고 대부분을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 몇 해 동안 얻는다는 점이다.
조금 전 대부분의 사람이 스물다섯 살부터 구식이 되기 시작한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을지 모른다.
물론 성인이 된 뒤에도 중년까지 직업과 사업에 관련된 세부 지식과 개별 사례를 아주 많이 배운다. 이런 의미에서는 지식이 더 넓고 세밀해지므로 개념도 아주 오랫동안 늘어난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더 큰 개념 범주, 사물의 종류와 사물 사이의 폭넓은 관계는 비교적 젊을 때 마음에 자리 잡는다.
스물다섯 살이 지난 뒤 새로운 과학의 원리를 익히는 사람은 드물다.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주요 개념을 평생 모를 가능성이 천 대 일이다. 생물학도 전기도 마찬가지다.
지금 쉰 살인 사람 가운데 발전기가 무엇이며 전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명한 개념을 가진 비율이 얼마나 되겠는가. 틀림없이 1퍼센트의 작은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젊은이들은 모두 이런 개념을 얻고 있다.
젊을 때는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나중에 읽을 책의 목록을 만들고, 대다수는 지금 미뤄 두는 온갖 것을 직장 생활의 틈에 여가가 생기면 쉽게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좋은 의도는 거의 실행되지 않는다. 서른 살 전에 얻은 개념이 대개 우리가 평생 얻는 개념의 전부로 남는다.
글래드스턴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하며 젊음을 유지한 예외는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오히려 이 법칙이 얼마나 보편적인지 증명한다.
학생의 미래 삶이 지금 교사가 전해 주는 개념에 얼마나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면, 교사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자기 사명의 중요성을 건전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 적용 노트 — 2026
새 기술을 옛 제품 범주에 넣는 순간 판단의 경로가 정해진다. AI를 검색, 자동완성, 동료, 대리인 가운데 무엇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기대하는 능력과 허용하는 권한이 달라진다.
처음 붙인 이름을 결론으로 삼지 말라. 이름이 예측하지 못한 사례를 모으고, 기존 범주를 넓힐지 새 범주를 만들지 결정하라. 배우는 조직은 정보를 더 많이 저장하는 조직이 아니라 분류 체계를 계속 고치는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