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열기

FOUNDATIONS 021 · 06

읽고 나서 — 여백도 운영해야 생긴다

스티븐슨의 문장은 1877년에 쓰였지만 “쉬는 법을 잊은 사람”의 모습은 놀랄 만큼 현대적이다. 기차를 기다리는 한 시간 동안 볼 것도, 말 걸 사람도 없어 눈을 뜬 채 멍해지는 사람은 지금이라면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켤 것이다. 아무 일정도 없는 시간이 생기면 우리는 곧장 다른 사람이 만든 정보로 그 틈을 메운다.

문제는 화면 자체가 아니다. 외부의 요구가 사라진 뒤 무엇을 할지 스스로 정하는 능력이 약해진 것이다. 그 능력이 없으면 자유 시간은 휴식이 아니라 불안이 되고, 다시 일로 돌아가야만 자기가 누구인지 분명해진다.

여백은 일정의 빈칸이 아니다

조직에서 여백은 시간이 남으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가장 급한 요청과 가장 목소리 큰 사람이 빈칸을 먼저 가져간다. 그래서 회의 없는 시간, 즉시 답하지 않아도 되는 규칙, 탐색만을 위한 예산처럼 구조로 보호해야 한다.

다만 모든 여백을 ‘혁신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하는 순간 다시 생산성의 도구가 된다. 산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지 못해도 되고, 휴가 뒤 더 빠르게 일하지 않아도 된다. 회복과 즐거움은 다음 산출물을 위한 연료이기 전에 삶의 일부다.

보이지 않는 일을 세는 법

스티븐슨은 사람을 웃게 하고 좋은 대화를 만드는 일을 삶이라는 극장의 중요한 역할로 보았다. 오늘의 팀에도 비슷한 일이 있다. 회의 전에 어색함을 풀고, 새로 온 사람에게 맥락을 설명하고, 누군가 지쳤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은 협업의 마찰을 줄인다.

그런 기여를 인정하되 또 하나의 점수표로 만들 필요는 없다. 모든 도움을 수치로 바꾸면 자발적인 관계가 새 업무가 된다. 대신 성과를 평가할 때 눈에 보이는 산출물만 묻지 않고, 팀이 더 안전하게 질문하고 더 쉽게 협력하게 만든 행동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면 된다.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

창업자의 과로에는 책임감과 통제 욕구가 함께 들어 있다. 모든 결정이 자신을 거쳐야 안심되고, 쉬는 동안 문제가 생기면 자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그러나 한 사람이 비우는 순간 멈추는 회사는 그 사람의 헌신으로 버티는 동시에 그 헌신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

업무를 문서화하고, 결정권을 나누고, 실패해도 되돌릴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일은 게으름의 조건을 만드는 운영이다. 누군가 쉬어도 일이 굴러갈 때, 휴식은 개인의 용기가 아니라 조직의 기본 기능이 된다.

스티븐슨의 가장 좋은 질문은 “얼마나 덜 일할 것인가”가 아니다. 일하지 않는 순간에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줄 아는가.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생기도록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