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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ATIONS 001 · 05

4장 우리는 어떻게 결론에 이르는가

이 장의 개요

사람은 결론에 이를 때 숙고하는가, 아니면 암시에 따라 행동하는가?

결정에 이르는 방법.

  1. 논리적 추론(벤저민 프랭클린의 방법).
  2. 이성–권위(비스마르크의 방법).
  3. 이성–감정(여성의 방법).
  4. 이성–암시(동전 던지기 방법).
  5. 암시(불안정).

이 방법들 가운데 자주 쓰이는 것은 무엇이며, 가끔만 쓰이는 것은 무엇인가?

편집자 주 — ‘여성의 방법’은 감정이 개입한 결정을 여성 일반의 특성으로 묶은 원문의 항목명이다. 저자도 제4장 본문에서 이 방식이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지만, 제목 자체에는 당시의 성별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사람은 결론에 이를 때 숙고하는가, 아니면 암시에 따라 행동하는가?

사람을 상대할 때 우리는 상대가 특정한 결론을 받아들이거나 특정한 목표를 선택하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려 한다. 이런 결과는 숙고로도 얻을 수 있고 암시로도 얻을 수 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다음 질문이 생긴다. 결론에 이르고 목표를 선택하고 행동하는 일이 숙고나 암시 어느 쪽으로도 가능하다면 실제로 사람은 어떻게 결정하는가? 숙고하는가, 아니면 암시에 따라 행동하는가?

앞 장들에서는 숙고의 전형적인 행위와 암시의 전형적인 행위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런 전형이 실제로도 흔한 의사결정 방식일까? 첫 번째 방식을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과 두 번째 방식을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 아니면 어떤 종류의 결정은 숙고로 내리고 다른 종류의 결정은 암시로 내리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순간순간 생기는 문제부터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지는 문제까지, 사람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결정을 내리는 방법 1. 논리적 추론: 벤저민 프랭클린의 방식

앞 장에서 전형적인 숙고 행위로 제시한 것과 완전히 들어맞는 의사결정 유형이 있다. 여기서는 이를 벤저민 프랭클린형이라 부르겠다. 이 유형에 속한 사람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이를테면 일하는 방식의 변경, 직장의 변경, 물품 구매 같은 문제를 다음과 같이 푼다. (a) 선택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한다. (b) 각 선택지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수단에 관한 자료를 빠짐없이 떠올린다. (c) 각 선택지에 알맞은 ‘감정적 가치’를 불러일으킨다. (d) 여러 선택지를 비교한다. (e) 비교 결과 가장 가치 있다고 드러난 선택지를 논리적이고 냉정하게 받아들인다.

이 방식을 쓰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할 때가 많다. 정확히 비교하기 어려워 어느 행동을 택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 방식을 널리 활용했고, 결론을 내리려고 자신이 썼던 방법을 글로 남겼다. 다음은 어려운 문제를 두고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져온 대목이다.

“당신이 조언을 구한 그 중대한 일에 관해서는 판단의 전제가 충분하지 않아 무엇을 결정하라고 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원한다면 어떻게 결정할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려운 사안이 생길 때 그것이 어려운 까닭은 대개 이렇습니다. 문제를 생각하는 동안 찬성과 반대의 모든 이유가 머릿속에 한꺼번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때로는 한쪽 이유가 떠오르고 다른 때에는 다른 쪽 이유가 떠오르며, 먼저 떠올랐던 이유는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그 때문에 서로 다른 목적이나 성향이 번갈아 우세해지고, 불확실성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이를 극복하려고 나는 종이 반 장을 선으로 나누어 두 칸을 만들고, 한쪽 위에는 찬성, 다른 쪽 위에는 반대라고 씁니다. 그런 다음 사흘이나 나흘 동안 생각하면서 그 방안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여러 동기가 떠오를 때마다 알맞은 칸에 짤막하게 적습니다. 이렇게 모든 이유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은 뒤에는 각각의 무게를 가늠합니다. 양쪽에서 무게가 같아 보이는 이유를 하나씩 찾으면 둘 다 지웁니다. 찬성 이유 하나가 반대 이유 둘과 무게가 같으면 셋을 모두 지웁니다. 반대 이유 둘이 찬성 이유 셋과 같다고 판단하면 다섯을 모두 지웁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알게 됩니다. 다시 하루나 이틀 더 생각해도 어느 쪽에도 새롭고 중대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립니다. 이유의 무게를 대수학의 양처럼 정밀하게 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각 이유를 따로 떼어 서로 비교하고 전체를 눈앞에 펼쳐 놓으면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잘못된 선택을 피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나는 이런 식의 방정식, 이른바 도덕적 또는 신중함의 대수학에서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프랭클린의 방법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여러 행동의 장점을 비교하느라 망설이는 경우에 쓸 수 있다. 행동할 때와 행동하지 않을 때의 결과를 생각하느라 주저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프랭클린처럼 이 방법을 온전히 사용한 사람은 극소수지만, 누구나 신중하게 행동할 때는 어느 정도 이 방법에 가까워진다. 대부분은 어떤 행동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여러 이유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를 한꺼번에 붙들고 신중하게 비교하지도 않는다. 보통은 찬성이나 반대의 이유 하나가 주의를 차지하고 나머지 이유를 밀어낸다. 밀려난 이유는 행동을 늦출 뿐,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동기를 비교하고 이성에 따라 결정하는 능력이 클수록 지혜롭고 신중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다지 지혜롭지도 신중하지도 않다.

아마 독자도 프랭클린이 설명한 그대로 정확하고 격식 있게 이 방법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이 방법을 쓸 때도 문제를 일반적인 부류에 넣고, 이미 망설임 없이 반응하는 습관이 생긴 부류 가운데 하나에 귀속시켜 과정을 줄이려 한다. 일하는 방식이나 속도를 바꾸라는 제안을 검토한다고 하자. 그 행동을 ‘임금 인상’으로 분류하면 받아들이고, ‘상사가 직원의 작업 속도를 높이려는 수작’으로 분류하면 거절한다. 더 큰 회사로 옮기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 변화를 ‘더 큰 가능성’으로 분류하면 받아들이고, ‘독립성 상실’로 분류하면 거절한다. 영업사원이 파는 물건을 ‘좋은 투자’로 분류하게 만들면 판매에 성공하고, ‘투기’로 분류하게 두면 실패한다.

프랭클린형으로 결정할 때는 프랭클린의 조언처럼 천천히 정식 절차를 따르든, 문제를 정형화된 반응이 따르는 부류에 넣어 과정을 줄이든 두 가지가 공통으로 나타난다. (a) 비교를 수반하는 숙고가 있고, (b) 증거가 모두 모이고 사안의 분류가 끝나는 순간 별다른 노력 없이 결정이 내려진다.

결정을 내리는 방법 2. 이성-권위: 비스마르크의 방식

두 번째 의사결정 방식은 논리적 추론과 매우 비슷하지만 본질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이 유형에서는 증거를 모두 모아도 어느 한 선택지가 더 낫다고 할 만한 우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숙고를 끝까지 한 다음에야 문제를 결정한다. 마지막 결정은 의지를 발휘해 내린다.

갈등이 심할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단호하게 “나는 하겠다!”라고 선언하며 숙고를 끝내고 문제를 매듭짓는다. 이성만으로는 사안을 해결하기에 부족해 보이므로 이성을 대신할 개인의 권위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의사결정 유형은 이성-권위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알맞다. 이런 식의 결정에서 누구보다 뛰어났다고 알려진 인물의 이름을 따면 비스마르크형이다.

프랭클린의 방식으로 결정할 때는 패배한 선택지가 머릿속에서 사라지므로 결정적인 순간에는 주의를 끌지 못한다. 비스마르크의 방식에서는 두 선택지를 모두 마음에 둔 채 의지를 발휘해 하나를 물리치고 다른 하나를 택한다. 무엇을 잃는지 아는 상태에서 선택하므로 그것을 포기하려면 싸워야 한다.

비스마르크의 방식으로 문제를 결정한다면 일하는 방식을 바꿔 얻을 이익과 그 변화에 필요한 편안함의 희생을 결정의 순간에 함께 떠올린다. 어느 길이 옳은지 증거가 분명하지 않아서 단호하게 “나는 하겠다!”라고 외쳐야만 결론을 낼 수 있다. 같은 문제를 프랭클린의 방식으로 풀면 결정의 순간이 오기 전에 한 선택지는 이미 탈락하고 승리한 선택지만 온전히 주의를 차지한다. 비스마르크식 결정에서는 한 선택지가 주의를 독점하는 일이 끝내 일어나지 않는다.

영업사원이 경쟁 제품을 독자의 머릿속에서 몰아내지 못해 다른 상품과 그가 파는 상품을 모두 생각하며 애써 골라야 한다면, 독자는 비스마르크의 방식으로 결정한다. 반대로 영업사원이 경쟁 제품을 모두 머릿속에서 몰아내 독자가 힘들이지 않고 결정하게 했다면 프랭클린의 방식으로 결정하도록 도운 셈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비스마르크형 결정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 흔히 의지가 강한 사람이 비스마르크의 방식을 자주 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랭클린의 방식을 활용하는 사람도 그에 못지않게 의지가 강하다고 보아야 한다. 프랭클린의 방식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증거를 따져 보고 해결해야 할 사안을 분류하는 능력에서 의지의 힘을 드러낸다. 비스마르크의 방식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지체 없이 결정하는 데서 의지의 힘을 드러낸다. 일반적으로는 프랭클린식 의지력이 더 바람직하지만, 위기에서 영웅적인 행동을 하려면 비스마르크식 의지력이 필요하다.

결정을 내리는 방법 3. 이성-감정: 여성의 방식

‘여성의 방식’은 앞의 두 유형과 크게 다르다. 이 세 번째 유형에서는 숙고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거나 문제를 분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생각하던 선택지 가운데 하나에 갑자기 극단적으로 큰 가치가 느껴지면서 숙고가 중단된다. 감정이 밀려들어 이성을 대신한다. 이 방식으로 결정할 때는 어떻게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해서 이를 직관적인 결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저 특정한 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느낄 뿐이며, 다행히 그런 느낌이 옳을 때도 많다. 여성은 남성보다 이런 식으로 더 자주 결정한다고 여겨진다. 여성은 본능이나 직관이 더 발달했다고 여겨진다. 감성이 정교한 추론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물리치며, 그 결과가 현명하고 완전한 숙고의 결과만큼 존중할 만한 경우도 많다.

한 가지 예만 들면 이 의사결정 방식이 분명해진다. 일하는 방식이나 속도를 바꾸려고 선택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하자. 증거가 아직 다 모이지 않았고 “나는 하겠다!”라는 의지를 동원하지도 않았는데, 한 선택지를 향한 감정이나 호감이 갑자기 솟구쳐 숙고를 끊고 결론을 대신 내려 준다면 이 방식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 방식은 결코 여성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감정과 정서가 두드러지는 문제라면 누구나 흔히 이런 방식으로 결정한다.

편집자 주 — 이 절의 ‘여성의 방식’이라는 명칭과 성별 일반화는 1911년 저자의 관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오늘날에는 직관적 판단이나 감정에 따른 판단을 특정 성별의 고유한 특성으로 보지 않는다. 원전의 분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목은 남기되, 이를 현대 심리학의 결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결정을 내리는 방법 4. 이성-암시: 동전 던지기의 방식

동전 던지기 방식은 숙고가 갑자기 끊기고 뚜렷한 결론에 이른다는 점에서 ‘여성의 방식’과 닮았다. 그러나 숙고를 끝내는 요인이 다르다. ‘여성의 방식’에서는 감정이 솟구치는 내부 자극이 숙고를 끝낸다. 동전 던지기 방식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우연히 생긴 외부 자극이 숙고를 멈춘다.

일을 계속할지 야구 경기를 보러 갈지 고민한다고 하자. 어느 쪽을 택해도 크게 잘못은 아니라고 느끼면서도 하나를 결정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궁지에 빠지면 나는 때때로 동전을 던져 우연히 어느 면이 나오는지에 따라 결정한다. 이 방법은 여러 의사결정의 전형을 보여 준다. 더 숙고하는 대신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에 결정을 맡기는 경우를 상징하는 것이다. 숙고하려는 시도가 소용없어지면 우리는 때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기를 기다린다.” 이는 문제를 해결할 희망을 완전히 버린다는 뜻일 수도 있고, 증거가 더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흔히 숙고를 그만두고 결정을 이끌 만한 암시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직장을 옮길지를 놓고 고민하지만 좀처럼 결정하지 못한다고 하자. 그러다 같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동료의 행동을 따라 하면서 갑자기 숙고를 끝낼 수 있다. 숙고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사실 때문에 우연한 암시가 가장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동전 던지기든 동료의 행동이든, 그보다 더 믿을 만한 외부의 행동 신호든, 이성은 이런 암시에 자리를 내준다.

동전 던지기 방식은 물건을 살 때도 자주 쓰인다. 만년필을 살지 숙고하는데 여러 제품의 상대적인 장점을 따져도 논리적인 절차만으로 어느 제품을 고를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하자. 그때 특정 제품의 광고를 보면 그것만으로 결론이 날 수 있다. 문구점을 지나가다가 진열창에 놓인 제품 하나를 본다면, 그 광경이 숙고를 끝내고 만년필을 사게 하는 충분한 암시로 작용할 수 있다.

누구하고나 잘 어울리는 호방한 사람은 이 의사결정 방식을 매우 폭넓게 쓴다.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충분한 논리적 이유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변 사람의 암시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맞춰 행동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함께 지내기 불편하다. 논리적 근거가 충분하다면 그 근거를 따라야 한다. 가능한 한 모든 문제를 검토하고 숙고하려고 해야 한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므로, 이성을 보완하는 암시가 들어설 자리는 많다. 이런 결정 방식은 앞서 살펴본 어떤 유형보다 사업 세계에서 더 흔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추론으로 시작하지만 암시로 끝낸다.

결정을 내리는 방법 5. 암시: 불안정형

숙고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의사결정 방식을 암시라고 부른다. 어떤 생각을 즉시 받아들이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행동하므로 숙고할 여지도, 숙고하려는 경향도 없다.

내가 일의 질이나 양을 바꾸어 일하는 방식을 변경하라고 제안한다고 하자. 독자가 그 사안의 장단점을 따지지 않고 제안을 거절하는 선택지도 생각하지 않은 채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이는 암시의 작용이라고 부를 만한 방식으로 결정한 것이다. 내가 “그 낡은 상사 밑에서 고생하는 일은 그만두라”고, “대세에 올라타 나와 힘을 합치라”고 권했을 때 독자가 예전 직장에 남을 때의 이점과 내 밑에서 일할 때의 단점을 살피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암시의 결과다. 내가 상품을 제시하는 방식이나 나의 ‘개인적 매력’만으로 독자가 생각도 하지 않고 물건을 산다면 암시에 따라 행동한 셈이다. 아무 논증도 없이 광고에 실은 “모건 앤드 라이트 타이어는 좋은 타이어다”라는 주장만으로 내 타이어가 좋다고 확신한다면, 그 결론은 전적으로 나의 암시에서 나왔다.

이 방법들 가운데 자주 쓰이는 것과 가끔 쓰이는 것은 무엇인가?

의사결정 방식을 이렇게 분류해 보면 각 유형은 먼저 숙고가 얼마나 두드러지는지, 그다음으로 숙고를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하거나 피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프랭클린의 방식에서는 숙고가 완전한 형태로 전개된다. 뒤의 유형으로 하나씩 넘어갈수록 숙고는 줄어들어 마지막 유형에서는 완전히 사라진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방식에서는 장부의 수지를 맞추듯 숙고를 끝낸다. 비스마르크의 방식에서는 의지의 힘으로 끝내고, ‘여성의 방식’에서는 감정과 정서가 갑자기 깨어나며 끝낸다. 동전 던지기 방식에서는 우연한 암시로 끝낸다. 순수한 암시에서는 제안된 결론이나 목표, 행동이 압도적으로 작용해 숙고 자체를 피한다.

독자가 결정하는 모든 문제는 여기서 살펴본 방식 가운데 하나로 해결된다. 따라서 어떤 방식을 자주 쓰고 어떤 방식은 가끔만 쓰는지 아는 일은 흥미롭고도 유익하다.

예전에는 사람이 무엇보다 이성적인 존재이며, 거의 모든 문제를 프랭클린이나 비스마르크의 방식으로 결정한다고 여겼다. 암시는 이상심리학의 영역으로 밀려났으며 어린이나 히스테리 증세가 있는 성인에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간주되었다. 일상 경험에서 실제로 쓰는 방식을 더 세심하게 연구하면서, 가정과 거리, 사업과 산업 현장의 일상에서 프랭클린과 비스마르크의 방식이 흔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두 방식보다 흔한 것은 다른 짧고 단순한 결론 도달 방식이 숙고를 중간에서 줄여 버리는 의사결정이다.

누구나 실제로 사용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살펴보면 어떤 문제는 한 방식으로, 다른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푼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앞에서 설명한 모든 방식을 적어도 가끔씩은 사용하는 정상적인 성인이 아마 하나도 빠짐없이 있을 것이다. 어떤 조건에서는 한 방식을 쓰고 다른 조건에서는 다른 방식을 쓴다. 논증과 암시에 얼마나 쉽게 반응하는지도 날마다, 순간마다 달라진다. 어떤 종류의 문제는 숙고해야만 만족하지만, 어떤 때는 숙고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알맞은 암시에 곧바로 반응한다. 어떤 의사결정 방식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는 사람마다, 사회 집단마다 다르다.

편집자 주 — 이 장의 다섯 유형은 저자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든 설명 틀이지, 오늘날 검증된 성격 유형이나 의사결정 진단법이 아니다. 특히 ‘정상적인 성인’, ‘히스테리’ 같은 표현은 당시 심리학의 시대적 한계를 품고 있다.


스타트업 적용 노트 — 2026

공동창업자 채용을 놓고 두 후보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고 하자. 먼저 프랭클린의 방식으로 필수 역량, 현금 보수, 지분, 함께 일한 증거, 최악의 실패 비용을 찬반표에 적고 서로 상쇄되는 항목을 지운다. 그래도 팽팽하면 무엇이 결정을 끝냈는지 기록해야 한다. 마감 시한이라는 외부 신호였는지, 한 후보에게 갑자기 생긴 호감이었는지, 아니면 대표의 “이 사람으로 간다”는 의지였는지 구분한다. 결론만 기록하면 다음 채용에서 같은 판단을 재현할 수 없다. 증거와 마지막 결정 요인을 함께 남겨야 팀의 의사결정 방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