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는 부의 복음에서 백만장자를 가난한 사람을 위한 수탁자라고 불렀다. 자신이 가진 지혜와 경험으로 공동체보다 부를 더 잘 운용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을 좇아 도서관과 대학을 세웠다.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질문 하나를 뒤로 밀어냈다.
그 부는 어떤 노동 조건에서 만들어졌는가?

1889년의 선언과 1892년의 충돌
《부의 복음》이 잡지에 처음 실린 지 3년 뒤 카네기 철강의 홈스테드 제철소에서 미국 노동사에 남은 충돌이 벌어졌다. 노동조합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1892년, 회사 경영진은 임금을 낮추고 노조의 힘을 꺾으려 했다. 헨리 클레이 프릭은 공장을 봉쇄하고 대체 노동자를 들일 준비를 했다. 카네기는 스코틀랜드에 있었지만 회사의 대노조 방침에서 떨어져 있지 않았다.
7월 6일 사설 경비업체 핑커턴 요원들이 바지선을 타고 공장에 들어오려 하자 노동자와 충돌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노동사 연구는 총격 끝에 노동자 9명과 핑커턴 요원 7명이 숨졌다고 기록한다. 펜실베이니아 민병대가 투입됐고 회사는 비노조 인력으로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 파업은 무너졌고 철강 산업의 노동조합은 오랫동안 힘을 잃었다.
이 사건을 카네기가 직접 쓴 글에 끼워 넣을 수는 없다. 원문보다 뒤의 일이며 카네기는 홈스테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자는 두 기록을 나란히 놓아야 한다. 한쪽에는 공공도서관을 세우는 백만장자의 의무가 있고 다른 쪽에는 임금과 노동 통제권을 놓고 싸운 노동자가 있다.
자선의 시간과 분배의 시간
카네기의 모델에서는 부를 만드는 시간과 부를 나누는 시간이 분리된다. 기업가는 경쟁 속에서 최대한 잘 축적한다. 남는 부가 생기면 현명한 수탁자가 되어 공익에 쓴다. 이 구분은 자선의 규모를 키웠지만, 회사 안에서 누가 위험을 감수했고 누가 성과를 가져가는지는 충분히 묻지 않았다.
오늘의 창업자는 두 시간을 분리하기 어렵다. 지분을 정할 때, 해고를 결정할 때, 플랫폼 수수료를 매길 때,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익으로 바꿀 때 이미 분배가 일어난다. 성공한 다음에 기부하는 일은 그때 내린 결정을 지우지 않는다.
그렇다고 카네기의 요구가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다. 가족에게 무한히 상속하지 말 것, 죽은 뒤가 아니라 살아서 책임질 것, 돈만 던지지 말고 오래가는 공공재를 만들 것, 공동체가 스스로 유지할 구조를 세울 것. 이 네 가지는 지금도 날카롭다.
다만 한 문장을 더 붙여야 한다.
부를 잘 쓰는 일은 부를 공정하게 만드는 일을 대신하지 못한다.
스타트업북스가 이 책을 내는 이유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자본을 모으고 빠르게 키우는 능력이 큰 보상을 받는다. 그 힘이 드물다는 카네기의 관찰은 지금도 익숙하다. 그러나 시장에서 큰 보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사회를 대신해 결정할 자격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이 책은 창업자에게 기부를 권하는 짧은 설교가 아니다. 지분과 상속, 세금과 자선, 전문성과 민주적 통제를 한꺼번에 생각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동의할 문장과 거부할 문장이 가까이 붙어 있다는 점이야말로 130년 뒤에도 읽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