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의 청원은 우스운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결론은 차갑다. 오른손이 아프면 가족 전체가 굶는다. 왼손을 배제한 교육은 한 손만 불공정하게 대우한 것이 아니라 집 전체의 생존 능력을 깎았다.
조직에서도 현재의 효율과 미래의 복원력은 자주 충돌한다.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계속 맡기면 오늘의 일은 빨리 끝난다.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설명과 검토에 시간이 든다. 그래서 바쁜 팀일수록 역할이 굳는다. 시간이 지나면 업무를 넘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그 사람의 탁월함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원인과 결과가 뒤집혀 있을 수 있다. 잘해서 모든 기회를 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모든 기회를 받았기 때문에 더 잘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평가표 옆에 기회표를 놓아라
사람의 실력을 같은 숫자로 공평하게 평가해도 입력이 달랐다면 결과는 공평하지 않다. 다음 항목을 함께 기록해 보자.
- 실제 고객과 대화한 횟수
-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 프로젝트 수
- 실패해도 회복할 수 있는 연습 기회
- 중요한 정보와 회의에 접근할 수 있었던 정도
-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은 빈도
이 기록은 낮은 성과를 무조건 면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성과의 원인을 더 정확히 보기 위한 것이다. 기술 부족인지, 훈련 부족인지, 권한 부족인지에 따라 처방은 달라진다.
백업은 문서가 아니라 수행 경험이다
“매뉴얼이 있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왼손에게 펜 사용법을 읽게 한 뒤 당장 청원서를 쓰라는 말과 비슷하다. 중요한 업무의 백업 담당자는 실제 환경에서 한 번 이상 끝까지 해봐야 한다.
주 담당자가 휴가를 간 날 처음 배포하는 구조는 백업이 아니다. 평소에 순번을 나누고, 보조자가 실행하며, 주 담당자가 검토해야 한다. 속도는 조금 느려지지만 장애가 났을 때 팀 전체가 멈추지 않는다.
서투름에는 두 종류가 있다
충분히 연습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서투름과, 처음 해봐서 생기는 서투름은 다르다. 관리자가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새 역할을 배우려는 사람은 사라진다. 익숙한 사람만 더 익숙해지고, 팀의 선택지는 계속 줄어든다.
왼손의 청원은 모든 사람에게 모든 일을 똑같이 맡기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능력의 차이를 말하기 전에 누가 펜을 잡을 수 있었는지부터 보라고 요구한다. 공정한 팀은 기회를 똑같이 나누는 팀이 아니라, 기회의 차이를 모른 척한 채 결과만 비교하지 않는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