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돕는 인공 체계는 많다. 공개된 것도 있고 비밀이라며 파는 것도 있다. 모두 간직하려는 사실을 일정하고 정형화된 사고 방식으로 다루도록 훈련하는 장치다.
내가 그 체계에 정통하더라도 여기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널리 알려진 방법 하나를 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숫자와 알파벳을 대응시키는 기억술은 숫자와 날짜를 외우는 대표적인 장치다.
이 체계에서는 각 숫자를 자음으로 바꾼다. 1은 t 또는 d, 2는 n, 3은 m, 4는 r, 5는 l, 6은 sh·j·ch 또는 g, 7은 c·k·g 또는 qu, 8은 f 또는 v, 9는 b 또는 p, 0은 s·c 또는 z다.
음속이 초당 1,142피트라는 사실을 기억한다고 해보자. 써야 할 글자는 t, t, r, n이다. 이 자음은 ‘tight run’을 만들고, 그 속도를 따라가려면 실제로 숨 막히는 질주가 될 것이다. 찰스 1세가 처형된 1649년은 처형인의 도끼를 떠올리게 하는 ‘sharp’이라는 말로 기억할 수 있다.
이 연습에 알맞은 단어를 찾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은 접어두자. 날짜를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지나치게 빈약하고 하찮으며 어리석다는 점이 분명하다. 역사가의 방식이 훨씬 낫다. 역사가는 이미 머릿속에 여러 기준 날짜를 갖고 있다. 사건이 이어지는 역사적 사슬을 알고 있어서, 하나의 사건을 앞선 원인과 연결하고 함께 일어난 일과 결과를 추적한다. 다른 사건의 날짜와 연결해 계산하듯 연표의 알맞은 자리에 놓을 수 있다.
비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권하는 인공 기억 체계는 한 체계의 첫 기준점을 세울 때나 나머지 관념과 합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완전히 고립된 사실에만 권할 만하다. 물리학 학생은 스펙트럼 색의 첫 글자를 묶은 ‘vibgyor’로 순서를 기억할 수 있다. 해부학 학생은 심장의 승모판이 왼쪽에 있다는 사실을 L.M.이 찬송가 책에서 ‘long meter’를 뜻하기도 한다고 연결해 외울 수 있다.
벼락치기는 연상을 만들 시간이 없다
이제 ‘벼락치기’가 왜 형편없는 공부법인지 알 수 있다. 벼락치기는 시험 직전 집중적으로 몰아붙여 내용을 찍어 넣으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배운 것은 연상을 거의 만들 수 없다.
반대로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날, 다른 맥락에서 다시 만나고, 읽고, 암송하고, 몇 번이고 참조하고, 다른 내용과 연결하고, 복습하면 마음의 구조에 단단히 짜여 들어간다. 학생이 지속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해야 하는 이유다.
벼락치기가 도덕적으로 나빠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결과를 낼 수만 있다면 가장 경제적이므로 최고의 공부법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내지 못한다. 나이가 든 학생이라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또 하나가 따라온다. 일반적이고 기초적인 능력이라는 뜻의 ‘기억력’을 훈련으로 향상할 수 있다는 통념은 큰 잘못이다. 특정 종류의 사실에 대한 기억은 그 종류를 훈련하면 크게 좋아질 수 있다. 새 사실이 들어왔을 때 이미 갖춰진 온갖 유사 사례와 연상을 만나고, 그것들이 회상될 가능성을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사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 종류도 따로 훈련하고 익히지 않았다면, 사실상 고정된 양인 개인의 거친 보존력에 맡겨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주 이렇게 말한다. “어릴 때 내게 큰 잘못이 저질러졌습니다. 선생님들이 내 기억력을 전혀 훈련하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많은 것을 외우게만 했더라면 지금처럼 읽고 들은 것을 전부 잊지는 않았을 텐데요.”
큰 착각이다. 시를 외우면 다른 시를 배우고 기억하기 쉬워진다. 그 밖의 것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날짜도 마찬가지고, 화학과 지리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 점에 더 이상의 논증은 필요 없을 테니 넘어가겠다.
그래도 정확한 문장을 외울 이유
마침 암기를 말했으니 언어를 외우는 일에 관한 일반적이고 실용적인 의견을 덧붙이는 것도 좋겠다.
옛 교육이 언어 암기를 지나치게 강조했고, 교육 초기에 사물을 직접 보여주는 수업이 엄청난 이점을 지녔다는 사실 때문에 교육을 논하는 이들은 지나치게 강하게 반발한 듯하다. 오늘날에는 외우는 일을 어느 정도 너무 낮춰 보는 것 같다.
모든 것을 고려하고도 남는 사실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언어는 생각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다루기 쉽고 유용한 재료다. 추상 개념은 비교할 수 없이 경제적인 사고 도구이며, 우리에게 추상 개념은 단어 안에 고정되고 몸을 얻는다.
통계 연구를 보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시각 이미지 사용은 줄이고 단어 사용은 늘리는 듯하다. 골턴이 자신의 정신 이미지를 질문한 왕립학회 회원들에게서 처음 발견한 사실 중 하나도 이것이었다.
따라서 언어를 외우는 꾸준한 연습은 건전한 교육에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을 보든 어떤 인용문이나 사례, 일화가 생각나는데 정확히 떠올려 말하지 못하는, 표현할 길 없이 무력한 마음보다 안타까운 것도 없다.
반대로 이야기를 하며 대화의 정확한 말을 재현하고 인용문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내놓을 수 있는 마음은 당사자에게 더없이 편리하고 동료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어느 공부 분야에나 결과를 비길 데 없이 잘 요약한, 표현이 절묘하고 간결하며 쓰기 좋은 공식이 있다. 그런 공식을 간직할 수 있는 마음은 그만큼 더 뛰어난 마음이다. 학생에게 그것을 전하는 일은 언제나 교사가 가장 즐기는 과업 가운데 하나여야 한다.
외울 때에도 효율적인 방법과 비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학생이 더 나은 방법에 능숙해지게 하면 교사는 흥미를 끌면서 과제도 줄일 수 있다.
최선의 방법은 단순히 되풀이해 문장을 ‘두들겨 넣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바로 앞 문장을 외워야 한다고 하자. 먼저 문법의 뼈대를 뽑아 “최선의 방법은 두들겨 넣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는 것이다”라고 익힌다. 그다음 뜻을 넓히고 범위를 한정하는 구절을 조금씩 붙인다.
“최선의 방법은 물론 문장을 두들겨 넣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되풀이해’라는 말을 넣으면 문장이 완성된다. 기계적으로 반복했을 때보다 더 잘 이해하고 더 빨리 기억한다.
스타트업 적용 노트 — 2026
하루짜리 부트캠프가 남기기 어려운 이유는 밀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같은 개념이 다른 맥락에서 돌아올 시간이 없어서다. 한 번에 기능을 전부 설명하지 말고 실제 업무의 여러 순간에 같은 원리를 다시 만나게 한다. 꼭 외워야 할 문구가 있다면 통째로 반복시키기보다 뼈대, 조건, 예외를 분해해 다시 조립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