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과 의지짧은 고전 · 4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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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ATIONS 041 · 짧은 고전 · 04

3부 기억력 하나가 아니라 여러 기억이 있다

어떤 것을 회상하는 능력이 단서가 되어주는 다른 사물과의 연상에 크게 달려 있다면 중요한 교육적 결론이 따라온다.

일반적이고 기초적인 기억 능력 자체를 향상할 수는 없다. 서로 연관된 특정 체계에 대한 기억만 향상할 수 있다.

이 향상은 그 사물들이 마음속에서 서로 어떤 방식으로 엮였는지에 달려 있다. 복잡하거나 깊이 짜이면 붙잡혀 있고, 연결이 끊겨 있으면 타고난 뇌의 보존력이 약한 만큼 빠져나간다.

역사라는 한 대상 체계를 훈련하고, 연습하고, 반복하고, 암송한다고 해보자. 아무리 많이 해도 전혀 다른 체계, 이를테면 화학의 사실을 얼마나 쉽게, 오래 보존하는지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화학 체계는 따로 마음속에 작업해 넣어야 한다. 다른 화학적 사실과 연결해 생각한 사실은 남지만 그렇지 않은 사실은 쉽게 빠진다.

사람마다 잘 기억하는 세계가 다르다

우리에게는 하나의 기억 능력보다 여러 기억 능력이 있다고 해야 한다. 서로 연결해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대상 체계가 몇 개냐에 따라 기억도 그만큼 있다. 어떤 대상은 오직 자기 체계 안에서 얻은 연상에 의해 기억된다. 다른 체계의 사실을 배워도 머릿속에 남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다른 체계에는 그 대상을 꺼낼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주변 어디서든 사례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일과 관련된 사실을 잘 기억한다. 교과 공부에서는 뒤처지는 대학 운동선수가 각종 경기와 종목의 기록을 놀랄 만큼 많이 알고, 스포츠 통계의 걸어 다니는 사전이 될 수 있다. 늘 그 사실들을 마음속에서 되짚고, 비교하고, 순서대로 배열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기록은 흩어진 사실이 아니라 개념 체계다. 그래서 달라붙는다.

상인은 가격을 기억한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의 연설과 표결을 외부인이 놀랄 만큼 풍부하게 기억한다. 그 주제에 들인 생각의 양을 보면 쉽게 설명되는 일이다.

다윈이나 스펜서가 책에서 보여준 방대한 사실 기억도 생리적인 보존력이 중간 정도인 마음과 양립할 수 있다. 젊을 때 진화론 같은 이론을 검증하겠다고 과제로 세운 사람에게 사실은 곧 줄기에 달린 포도송이처럼 모여 달라붙는다. 이론과의 관계가 사실을 붙잡는다. 마음이 그런 관계를 더 많이 알아볼수록 박식함도 커진다.

동시에 그 이론가에게 산발적인 기억은 거의 없을 수 있다. 쓸모없는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듣자마자 잊힌다. 그의 박식함만큼이나 백과사전적인 무지가 지식의 그물 사이 빈틈에 숨어 공존할 수 있다. 학자와 전문 연구자를 많이 상대해 본 사람이라면 내가 말하는 유형을 금방 떠올릴 것이다.

과학은 기억을 절약하는 장치다

하나의 대상을 마음속에 엮어 넣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체계는 합리적 체계, 곧 ‘과학’이다. 분류의 줄에서 알맞은 칸에 대상을 넣고, 원인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그것이 필연적으로 낳는 결과를 끌어내라. 어떤 자연법칙의 사례인지 찾아내라. 그러면 가능한 가장 좋은 방식으로 그 대상을 알게 된다.

‘과학’은 가장 위대한 노동 절약 장치다. 단순히 가까이 붙어 있던 연상을 동일성, 유사성, 유비라는 논리적 연상으로 바꿔 엄청난 세부를 기억에서 덜어준다. 하나의 ‘법칙’을 알면 수많은 개별 사례를 기억에서 내려놓아도 된다. 필요할 때 법칙이 사례를 다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굴절 법칙을 안다고 해보자.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볼록렌즈, 오목렌즈, 프리즘이 사물의 모습을 각각 어떻게 바꾸는지 곧바로 알아낼 수 있다. 일반 법칙을 모르면 세 가지 효과를 따로 기억에 실어야 한다.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설명되고 원인과 결과로 연결된 ‘철학적’ 체계는 완벽한 기억 체계일 것이다. 가장 적은 수단으로 가장 풍성한 결과를 내게 한다. 그러므로 산발적인 기억이 약한 사람은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 자신을 구할 수 있다.

스타트업 적용 노트 — 2026

직원의 ‘기억력’을 탓하기 전에 어떤 체계를 만들어줬는지 본다. 기능 이름 백 개를 따로 외우게 하는 대신 고객이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흐름 안에 배치한다. 지표도 숫자 목록이 아니라 원인·행동·결과의 모델에 넣는다. 좋은 원리는 세부를 지우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다시 만들어내는 압축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