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772년 9월 19일
친애하는 선생께.
선생께서 조언을 구한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내게는 판단의 전제가 충분하지 않아서 무엇을 결정해야 할지는 조언할 수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어떻게 결정할지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려운 결정이 어려운 이유
이런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판단이 힘든 까닭은 주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문제를 생각하는 동안 찬성과 반대의 모든 이유가 마음에 동시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느 때에는 한쪽 이유들이 나타나고, 다른 때에는 다른 쪽 이유들이 나타나며, 먼저 떠올랐던 이유는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목적과 마음이 번갈아 우세해지고, 불확실성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종이 한 장을 둘로 나누는 법
이 문제를 넘기 위해 나는 종이 반 장을 선 하나로 나누어 두 칸을 만듭니다. 한쪽 위에는 찬성, 다른 쪽 위에는 반대라고 씁니다.
그런 다음 사흘이나 나흘 동안 생각하면서, 그 조치를 해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서로 다른 때에 떠오를 때마다 해당 칸 아래에 짧게 적습니다.
이렇게 모든 이유를 한눈에 모으면 각각의 무게를 가늠해 봅니다. 양쪽에서 무게가 같아 보이는 이유 하나씩을 찾으면 둘 다 지웁니다. 찬성 이유 하나가 반대 이유 두 개와 무게가 같다면 세 개를 모두 지웁니다. 반대 이유 두 개가 찬성 이유 세 개와 같다고 판단하면 다섯 개를 모두 지웁니다.
이렇게 계속하면 마침내 어느 쪽에 균형이 남는지 알게 됩니다. 그 뒤 하루나 이틀을 더 생각해도 어느 쪽에든 중요한 새 이유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립니다.
정밀하지 않아도 성급함은 줄일 수 있다
이유의 무게를 대수의 양처럼 정밀하게 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각각을 따로, 서로 비교해 살피고 전체를 눈앞에 놓으면 더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급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실제로 나는 이런 식의 방정식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것을 도덕 대수학 또는 신중함의 대수학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선생께서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제나 사랑하는 친구로부터.
— B. 프랭클린
2026년 스타트업에서 읽기
찬반표를 회의 중에 완성하지 말자. 프랭클린은 사흘이나 나흘을 둔다. 고객의 한마디, 경쟁사의 발표, 투자자의 반응처럼 시차를 두고 떠오르는 이유를 모으기 위해서다.
항목 수를 세지 말고 무게를 비교하자. ‘시장 규모가 크다’와 ‘우리가 이 고객의 문제를 모른다’는 한 표씩이 아니다. 서로 상쇄되는 이유를 지운 뒤 남는 것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정을 기록하자. 남은 이유, 버린 이유, 다시 검토할 조건을 함께 적으면 결과가 나빴을 때 당시의 판단과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을 구분할 수 있다. 도덕 대수학은 미래를 맞히는 법이 아니라, 현재 아는 것을 빠뜨리지 않고 결정하는 법이다.